얼마 전 트러블메이커 (현아, 현승)가 일본의 전범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일본과의 역사문제가 민감한 우리나라의 정서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트러블 메이커가 입은 티셔츠의 문양은 전범기 문양이아닌 그래픽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디자인한 반전의 의미를 담은 꽃봉오리 문양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는 전쟁,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해 반대하는 의미의 작품들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셰퍼드 페어리의 대표 작품은 레슬링의 전설들 중의 한명인 앙드레 자이언트의 이미지이다. 또한 셰퍼드 페어리는 이 이미지와 함께 실크 스크린을 통해 ‘오베이(OBEY)’라는 아이콘을 만들어 ‘거인에겐 군중이 있다 (THE GIANT HAS A POSSE)‘ 라는 메시지와 함께 뉴욕 거리 곳곳에 붙여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셰퍼드 페어리의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조지오웰의 대표작인 ‘동물농장‘과 ’1984‘ 의 표지가 있다. 오바마 캠프에서 그가 디자인한 선거 포스터와 선거 티셔츠 역시 그의 유명세에 도움을 주었다.
셰퍼드 페어리는 2001년 그의 그림과 아이콘들을 통해 OBEY라는 브랜드를 스트릿 패션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 OBEY의 제품들은 국내 여러 편집샵 온라인 스트릿 샵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인케이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2012년 2월에는 백팩, 애플 제품들과 관련된 케이스를 선보였으며 2013년 3월에는 아이폰5의 케이스 컬렉션을 진행했다. 아래 셰퍼드 페어리의 말은 인케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에 대해서만 언급하지만 이를 통해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 세계와 그가 작품을 만드는 애티튜드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다.
“Incase 시리즈로 채택한 그림들에는 평화의 이념이 명백하고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평화란 단순한 아이디어 같지만, 무너지기 쉬운 평화의 증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평화와 아름다움과 조화가 관련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뒤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시각적 상징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며, 언어를 초월하고, 근본적인 사랑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합니다. 평화는 투쟁입니다. 그러나 이미지가 장식적, 희망적, 또는 경고성이든 아니든 이번 시리즈는 조화를 선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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